죽지마 作词 : Mad Clown 作曲 : Sion 죽지 마 동굴 속에 숨지 마 기죽지 마 완벽하게 안 살아도 돼 거울 앞에서 그렇게 울지 마 흔들리는 것들이 예뻐 그러니까 흔들리면 흔들리게 둬 아니 춤을 춘다 생각해 외로운 발자국 하나 하나 지구에 키스마크를 남긴다고 생각해 눈앞이 캄캄해져서 아무것도 안 보일 땐 넌 그냥 멋진 선글라스를 낀 거야 무지개는 굽어야 무지개고 늘 비가 온 뒤 떠 좀 지친 거야 알아 모두 아픔에 대해 아는 척을 하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는 척을 하래 행복한 꿈 꾸라고 말을 하고 다들 자는 척을 하네 내 작은 방 아무리 두꺼운 커튼을 쳐도 무책임한 희망을 주고 그 빛을 억지로 들이미는데 근데 사람들은 몰라 웅크린 넌 개미같이 하찮고 안쓰러워하는 사람들의 시선은 돋보기 같아서 그 빛이 널 지져 죽인다는 걸 가장 조용한 사람들의 머릿속이 가장 시끄러운 걸 사람들은 몰라 희망을 주지 마 일으켜 세우지 마 다시 싸우게 하지 마 푹 자고 싶어 깨우지 마 너 아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건데 됐고 됐고 나 뭐 그런 거 모르겠고 죽지 마 오늘은 죽지 마 끝을 낼 수 있다는 게 죽을 용기를 낼 만큼 용감한 건지 살 용기가 없는 겁쟁이인 건지 모르겠지만 그걸 알 때까지는 죽지 마 행복이란 게 마치 숨바꼭질 같았겠지 골목 모퉁이 방구석 책장 뒤 침대 밑 아무리 뒤져도 보이지 않았겠지 영원히 술래라고 느꼈겠지 네 평짜리 원룸이던 60평짜리 아파트던 집 들어가기 직전 현관 앞에서 망설이고 서성이던 너의 발자국이 찍혔다면 마치 살해 현장처럼 어지러웠겠지 내일이 왔을 때 네가 아직도 여기 있을 거란 걸 못 믿겠다면 네가 널 못 믿겠으면 내가 너를 믿어줄게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계속 살아야 될 이유를 내가 한번 말해볼게 내 직업 연예인이고 뭐 어쩌고 그런 거 아무것도 아니고 스마트폰 속에서 티비 속에서 사는 사람이 아니고 너랑 똑같은 사람으로서 우리 아빠 자랑스러운 자식으로서 이 그지같은 SNS들 온통 행복해 보이는 사진들 속 가장 우울한 세대 우리 죽지 마 뻔한 말이라도 들어 야 들어 아무것도 아냐 지나가면 진짜 아무것도 아냐 여기 있는 사람들 백 년 뒤면 다 사라져 저 개같은 소문들도 미국 대통령도 세상의 모든 부자들도 빈자들도 새들도 꽃들도 그리고 너도 나도 그러니까 한 시간만 더 살아보자 건조기 돌리면 한 시간 금방 가 한 시간이 지나면 건조기에서 갓 나온 빨래 냄새 그거 맡으면서 힘내자 그렇게 하루 더 살자 하루 더 살면 쿠팡에서 제일 비싼 샴푸 린스 산 다음에 그 두 개를 동시에 다 써버릴 때까지 집에 오는 길 현관 바로 앞에서 듣고 있던 노래가 영화처럼 딱 끝날 때까지 그런 하찮은 행운이 너한테도 한 번쯤 올 때까지 한 달만 더 살아보자 그렇게 하루를 더 살고 한 달 더 살면 올해도 금방이야 그렇게 우리 오늘 보고 내일 보고 모레 또 봐 매일 매일 오래 봐 오늘은 죽지 마